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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수면 위기 심화…OECD 최하위 불명예
강남에서 마포구까지, 서울 시민들의 수면 시간은 OECD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 원인은 단순한 야근 문화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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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잠을 못 자는 축에 속한다. OECD의 202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하루 약 7시간 51분으로, 권장 수면 시간인 8~9시간에 크게 못 미치며 프랑스, 미국은 물론 수면 부족으로 악명 높은 일본보다도 낮다. 서울의 경우, 임상 및 생활 실태 자료를 보면 수도권이 전국 평균을 더욱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기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2026년 7월은 수면 연구자들이 수년간 경고해온 복합적 압박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는 시점이다. 지금 서울은 한여름 무더위가 한창인 가운데, 노원구·도봉구 등 노후 아파트가 밀집해 환기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야간 기온이 26도를 웃돌고 있다. 더위만으로도 수면 구조가 흐트러져 신체 회복에 필수적인 서파수면 단계가 줄어든다. 여기에 심야 스마트폰 사용 문화, 그리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불안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서울의 수면을 망치는 진짜 원인
원인은 크게 환경적 요인, 행동적 요인, 호르몬 요인 세 가지로 나뉜다. 환경 측면에서는 강남구 테헤란로를 따라 밤새 불을 밝히는 오피스 빌딩과 네온 광고판의 빛 공해가 주변 주거 지역 주민들의 멜라토닌 분비를 실질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이 2023년 서울시 대기·빛 환경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수면 시작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청색광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얇은 커튼을 통해 들어오는 간접 불빛만으로도 분비가 30~90분 지연될 수 있다.
행동적 측면에서는 스마트폰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25년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성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4시간 22분이며, 오후 10시에서 자정 사이에 사용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뇌가 수면 준비를 해야 할 시간대다. 2026년 6월 기준 예약 대기 기간이 6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포구 서울수면센터의 임상의들은, 새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수면 무호흡증 같은 진단 가능한 질환이 아니라, 자극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신경계가 스스로 이완 상태로 전환하지 못하는 '학습된 과각성' 상태라고 설명한다.
호르몬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동아시아 전반에서 테스토스테론, 멜라토닌 보충제, 갱년기 여성 대상 호르몬 대체 요법(HRT)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 논의 확산과 맞물려 급격히 높아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수면의학과에서도 멜라토닌 검사를 요청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의들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멜라토닌이 한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므로 전문의 평가 없이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수면 전문가와 건강 프로그램의 권고 사항
실질적인 개선은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4월 출범시킨 '2026 도시 건강 증진 사업'은 25개 자치구 지역보건의료센터를 거점으로 운영되며, 19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수면 위생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서대문구 통일로 지소에서는 매주 화요일 저녁 강좌가 열리고, 이태원역 인근 용산구 센터에서는 매달 한 차례 교대 근무자를 위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한다. 교대 근무자는 일반적인 수면 관련 조언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이다.
행동 치료의 효과는 근거가 탄탄하다. 2026년 3월 《Sleep Medicine Reviews》에 게재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는 검토된 임상시험의 약 80%에서 12개월 시점에 수면제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서울에서도 여러 기관이 CBT-I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네이버 건강 플랫폼은 2026년 1월부터 월 2만 9천 원에 한국어 CBT-I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효과는 검증됐다.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면 침실 온도를 19도 이하로 유지하고, 취침 2시간 전부터는 화면 밝기를 낮추거나 웜 컬러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오후 2시 이후 삼가야 하는데,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저녁 식사 후 일상이 된 이 도시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은 습관이다.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서울수면센터나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수면장애 클리닉에 직접 예약할 수 있다. 대기 기간이 길긴 하지만, 수면 부채를 방치해 인지 기능과 심혈관 건강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